슬픔의 삼각형 (2022)
오늘의 영화는 '슬픔의 삼각형'입니다. 호화 크루즈에 협찬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이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깁니다.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하는데,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누군가가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등장인물
- 야야 (故 샬비 딘) : 모델이자 인플루언서, 칼의 여자친구. 호화 크루즈에 협찬으로 승선했다.
- 칼 (해리스 딕킨슨) : 심사위원한테 미간에 드러나는 '슬픔의 삼각형'을 펴달라고 지적받은 남성 모델. 야야의 남자친구. 호화크루즈에 야야가 받은 협찬으로 승선하게 되었다.
처연하고, 신랄하고, 적나라하다.
→ '슬픔의 삼각형'은 2022년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작이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의 남성 부조리 3부작 중 마지막 영화이다. 공개 당시 호불호가 확실히 갈렸고, 화제작이자 문제작임은 확실했다. 칸 종려상 수상 당시 프레스 룸에는 환호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져 나왔으니 말이다.
'슬픔의 삼각형', 패션-뷰티업계 용어로 '눈썹 사이의 주름'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또한, 감독의 모국어인 스웨덴어로는 '인생에서 겪는 다단한 어려움'을 뜻하기도 한다. 숫자 3이 주는 더하거나 뺄 것 없는 안정적이고 완전한 의미를 작품에 부여해 총 3부로 영화를 나눴으며 젠더, 부, 자본주의, 정치, 권력, 계급, 인종 등 사회 문제를 골고루 다룬다.
평론가들은 이 영화를 '신선하지 않다'라고 표현했다. 영화에 인용된 마르크스의 말처럼 "인간은 어떠한 면도 더 이상 새롭지 않기 때문이다". 위선적인 자본주의자들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 노동자들의 계급우화는 분명 새로운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같은 현실이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다면 다뤄야할 주제임은 확실해보인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초호화 크루즈는 현 시대의 축소판을 보여준다. 각양 각색의 탑승객과 배의 책임자인 선장, 승객 서비스 담당인 백인 직원들, 주방·엔진·화장실 등에서 일하는 다인종 직원들까지 구성하여 오늘날의 세상을 풍자한다. 순탄한 여행이 될 뻔했던 여정을 폭풍에 휩싸이게 해 뒤집어버리고 일부의 승객을 무인도로 떨어트려 사회상을 전복한다.
외스틀룬드 감독이 이 영화를 '롤러코스터 같다'고 비유했듯이 시작부터 끝까지 직관적이고 명쾌하다. 이는 특별한 해석이 필요치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데 폭풍우가 치는 바다속에서 심각한 멀미에 시달리는 승객들이 토와 설사를 난무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부자가 똥으로 돈을 벌었다고 외쳐대는 꼴처럼 말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3부, 무인도에서의 이야기다. 이 곳에서 계급과 젠더가 거꾸로 서는 구조가 형성된다. 오직 생존이 목표가 되는 상황이 설정되자 화장실 청소 담당 직원이었던 '아비게일'이라는 여성이 공동체의 정점에 서게 된다. 그녀는 직접 잡아온 문어 조각들을 던져주며 자신을 '선장'이라고 부르길 명령한다. 부자들은 모두 그녀에게 머리를 조아린다.
가장 하층 계열에 있던 여성이 정점에 선 사회가 통쾌하게 보인다고 감독이 이 같은 형태의 사회를 지지한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지금껏 숱한 권력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절대적인 힘을 가지면 누구든 썩어서 악취를 풍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비웃는다. 어떤 방식의 사회에서든 슬픔의 삼각형은 형성된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라는 문구는 작중에서 꽤나 많이 들을 수 있다. 이는 허상에 불과하다. 부자들의 전유물인줄 알았던 '위선'은 권력구조가 뒤바뀌는 순간 부자가 아닌 누군가가 갖는다. 삼각형이 뒤집히면 역삼각형이 될 것이라는 보편적인 예상을 새로운 삼각형을 만들면서 보기 좋게 깨버리는 것이다. 어떻게 뒤집어도 누군가는 위에, 누군가는 밑바닥에 있어야하는 구조다.
결국 권력이란 사회의 구성방식에 따라 뒤집어질 수도, 구성되어질 수도 있는 불안정한 것을 의미한다. 인간의 태초격인 원시사회로 돌아가서도 평등해지지 않는다. 우리가 갈망하는 이상적인 사회는 권위를 손에 쥔자에 의해서 요동칠 뿐이다.
별점 및 한줄평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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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 ' 결국 벗어난 본 적 없는 슬픔의 삼각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