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공주 (2014)
오늘의 영화는 '한공주'입니다. 열 일곱, 누구보다 평범한 소녀 한공주. 음악을 좋아하지만 더 이상 노래할 수 없고, 친구가 있지만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신 웃을 수 없을 것만 같았지만 전학 간 학교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와 노래는 공주에게 웃음과 희망을 되찾아주죠. 그러던 어느 날, 이전 학교의 학부형들이 공주를 찾아 학교로 들이닥치는데….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등장인물
- 한공주 (천우희) :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교를 다니는, 음악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고생.
- 이은희 (정인선) : 전학 온 공주에게 호감을 보이는 여학생. 교내 아카펠라 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
다시 조명된 아픈 기억.
→ 영화 '한공주'는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독립영화다. 영화의 특성상 배급사의 힘을 기대 할 수도 없었고, 상당히 껄끄러운 소재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흥행은 기대도 하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관객 22만명을 넘어서면서 독립영화로써는 흥행선을 돌파했다.
꽤 힘든 영화다. 천우희 배우의 연기력이 절정에 달한 영화기도 하고, 작품에 나온 배우들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다. 연출도 좋고 깔린 음악들도 좋은 편. 그러나 영화가 좋다고 말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이라 보고 있기 힘들 정도다. 가해자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땀을 말리던 선풍기를 보여줬을 때, 딸깍대는 스테이플러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 때, 공주가 허공을 바라 볼 때, 직설적인 감정표현을 감췄을 때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욱 먹먹하게 다가온다.
당시의 사건을 재현하는데 고민의 흔적이 담겨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를 오롯이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2014년 개봉 당시에도 역시나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영화는 공주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철저히 그녀의 기억에 맡기며 극을 진행시켰다. 이는 잔인하지만, 확실한 방법이었다. 관객들은 마치 방관자, 목격자가 된 기분을 느꼈다.
왜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차가운 시선을 받으며 숨어지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시종일관 던진다. 법마저도 자본의 힘 앞에 무릎 꿇고 마는 사회에서 공주의 무기력함은 배가 된다. 포기한 듯한 공주의 담담함이 더욱 아프게 느껴진다. 여느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는 희망과 구원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영화가 쓸데없이 적나라하다고, 사건을 묘사하는 방법이 잘못되었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장면들만 없었어도 '19세 관람가'라는 딱지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고 10대들도 관람이 가능했을테니 말이다. 분명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상영 등급'이니 말이다. 그래도 감독의 의도를 너무 포르노적 잣대로 들이대는 것도 옳지 않다. 감독도 분명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화가 나고 세상이 원망스러워지는 영화지만, 불편하고 힘들지라도 우리는 진실을 봐야한다. 20년이 지난 지금,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한공주'는 다시 재조명 될 것이다. 사건을 모르던 사람들은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될 것이고 머릿속에 잊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영화를 보고 불편한 진실을 떠올릴 것이다. 가해자들은 영원히 고통받아야 한다. 영화가 그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별점 및 한줄평
" ★★★★☆" |
|||||||||
한줄평 : ' 분노가 부끄러움이 되지 않도록 ' |